[치코미디어] 신뢰와 유대로 뭉치는 사람들… DAO란 무엇인가
2021/11/25
김주호
암호화폐 열풍은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이더리움, 디파이, 게임 및 NFT로 이어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이슈되고 있는 디파이, 블록체인 게임, NFT 등은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심을 받았던 개념이다. 이와 같은 개념들은 업계 국한적으로 논의되어오다가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화두로 자리 잡으며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업계에서 꾸준히 관심받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한 이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표적으로 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이 있다. DAO는 중앙집권 주체의 개입 없이 개인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조직을 가리킨다. DAO는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서 꽤 관심이 많은 주제이며, 아직 대중적인 관심은 크게 없다.

중앙집권적 주체가 없는 DAO (이미지 출처 : liquid)
계급 없는 조직이 가능할까?
우리 모두는 최소 한 개 이상의 조직에 속해서 살아간다. 여기서 말하는 ‘조직’이란 업무, 사회생활 속에서 만나는 집단이 될 수도 있고,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집단이 될 수 있다. 조직은 매우 큰 규모일 수도, 매우 작은 규모일 수도 있다. ‘업무’, ‘일’로 모인 조직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대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기업을 예로 들면, 기업 내에 많은 부서가 있고 부서별로 달성해야 할 목표는 상이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한 개의 대목표로 귀결된다. 환경 보호 단체나 자선단체를 예로 들 수도 있다. 이조직들은 함께 공감하는 특정 주제가 있으며 이와 관련되어 직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취미’, ‘관심사’를 구심점으로 모인 조직은 어떨까.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미 혹은 관심사를 가진 다른 참가자와 함께 정보를 공유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속에서 유대감을 키운다. 커뮤니티 유대 속에서 참여자들은 ‘기꺼이’ 자신이 가진 소중한 정보를 내놓는다.
어느 날, 이와 같은 조직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자가 더 이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일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이득을 취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자는 나아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귀찮은 업무를 받지도 않고, 이를 안건으로 올리지도 결제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무시당하고, 피해를 입게 되었지만 상하관계로 인해 의사결정자에게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이 공감한 문제에 대해 후원 및 기부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꾸준히 자선단체의 후원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날, 후원해오던 단체가 내부 비리로 인해 자신의 후원이 올바르게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잘 운영되던 커뮤니티에서는 커뮤니티 운영자가 바뀌면서, 마음대로 콘텐츠를 지우거나 참여자들 동의 없이 커뮤니티 포맷을 바꾸어 버리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다. 참여자들은 갑작스럽게 지워진 콘텐츠 혹은 업데이트되어버린 포맷이 불만족스럽지만, 커뮤니티를 탈퇴하는 것 외엔 별다른 수가 없다.
위와 같은 상황은 사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매우 쉽게 겪는 일들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만, 조직에게 개인이 무엇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데야 할지 자체가 모호하며 행동을 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 이 모든 불편함과 모순의 근간은 무엇일까?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겠지만 ‘상하식 구조’의 조직적 특성에 답이 있다. 현존하는 모든 조직은 상하관계가 존재하며, 직함과 위치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영향력이 매우 다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익숙해하고 당연하게 아는 사실들이다.
여기서 DAO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DAO는 지금까지의 구조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지만, 과연 이것이 ‘당연’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DAO는 현존하는 조직의 구조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제안한다. DAO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기존의 조직과 다르게 중앙집권적인 주체의 개입이 없다. 다시 말해, DAO에는 현존하는 조직에서와 같은 특정한 의사결정자, 후원단체의 대표, 운영자가, 즉 계층구조적인 관리인이 없다.
쟁점은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혁신적인 ‘의식의 변화’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많은 이들이 DAO가 앞으로 우리의 업무, 소셜 커뮤니티, 각종 조직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생각대로 DAO가 정말 우리의 삶의 중요한 부분인 업무, 소셜, 조직을 바꾼다면, 이는 분명 파괴적인 혁신이 될 것이다. 실제로 DAO는 블록체인 기술의 쟁점인 탈중앙화를 기존의 ‘조직’이라는 개념에 대입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DAO가 업계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과연 조직의 형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이미 많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아주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기술은 이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진 않는다.
블록체인 업계가 DAO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또 우리가 앞으로 DAO의 행보를 지켜봐야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다. DAO는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즉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키워드이다. DAO는 사람들의 보편적 기준 혹은 보편적인 인식을 바꾸기를 제안하고 있으며 이 제안 자체로서 파괴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DAO 제대로 이해하기
DAO에서는 특정한 주체의 개입 없이 개인들이 모여 제안이나 투표와 같은 의사표시 방법을 통해 다수결로 의결을 하고 이를 통해 조직이 운영된다. DAO의 구성요소에는 개발자, 제안, 투표, 주주, 계약인, 큐레이터가 있다. 먼저 DAO의 개발자는 조직의 방향성에 맞게끔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 작동을 위해 따라야 할 일련의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일련의 코드가 짜고, 규칙을 정하고 나면 DAO는 자금 조달 단계로 들어간다. 이때, DAO가 사용하고 내부에서 사용될 토큰이 필요하다. DAO는 일종의 내부 재산, 즉 조직에서 지출하거나 조직 내의 특정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이 있어야 하며 사용자는 DAO에 투자함으로써 투표권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그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금조달 기간이 끝나고 DAO가 배치되면 완전 자율화되며, 그 개발자는 물론 그 밖의 어느 누구로부터도 완전히 독립적이 된다. 오픈 소스이므로 그 코드는 누구라도 볼 수 있다. 게다가 모든 규칙과 금융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따라서 DAO는 완전히 투명하고 변경 불가능하며 부패될 수도 없다.
DAO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그 자금의 사용처와 방법에 대한 모든 결정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DAO의 지분을 구매한 모든 이들이 그 미래에 관하여 제안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제안으로 넘쳐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안을 하려면 예금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어서 이해관계자들이 이 제안에 대해 투표한다. 어떤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과반수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 이러한 과반수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비율은 DAO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이는 DAO의 코드에 명시될 수 있다. 이때, 과반수의 비율을 90%로 설정하는 것을 제안할 수도 있고, 5%만 동의해도 해당 제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끔 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즉, 의사결정에 정해진 기준선은 없으며 DAO마다 참여자들의 의사에 따라 변화한다.
본질적으로, DAO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자금을 전 세계의 어느 누구와도 교환할 수 있다. 이는 투자, 자선 기부, 모금, 차입 등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중개자 없이 이루어진다. 투표 시스템의 중요한 잠재적 문제 중 하나는 초기 코드에 보안 상의 허점이 발견되더라도 과반수가 투표하기 전에는 이를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투표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해커들은 해당 코드의 버그를 악용할 수 있다.

현시점 존재하는 수많은 DAO (이미지 출처: @Cooopahtroopa)
‘탈중앙화’에 부여된 가치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탈중앙화’를 화폐와 접목시킨 게 비트코인, 금융과 접목시킨 것이 디파이, 재산권에 접목시킨 것이 NFT였다면, DAO는 블록체인 기술을 조직의 구성과 형태에 접목시킨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은 2008년도에 나온 개념이며, 디파이와 NFT 또한 꽤나 오래전부터 제안되어 온 개념들이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이와 같은 새로운 개념에 공감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장은 기술의 절대적인 우위성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반응하기 시작한다.
DAO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DAO가 구조적 탈중앙화를 실현시켜주어 기존 조직 내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성, 부패,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부단체를 예를 들면, 해당 단체에 후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금이 좋은 곳에 투명하게 사용되길 원한다.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기부단체가 사람들의 후원 자금을 횡령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만약, 해당 단체가 DAO로 이루어졌다면, 이와 같은 비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DAO는 오늘날의 조직들이 운영되는 방식에서 잘못된 모든 점을 해결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가치가 있다. DAO는 모든 참여자에게 조직을 구성할 기회를 주고 계층 구조가 없으므로 모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누구라도 제안할 수 있으며, 조직 전체가 이를 고려할 수 있다.
DAO의 코드가 모두 오픈되어 있기에 일련의 규칙을 모든 참여자들이 조직에 가입하기 전에 알고 있는 데다가 투표 제도까지 있으므로 분쟁 발생의 여지가 없다. 참여자는 제안을 하고 이에 대해 투표하려면 일정 금액의 돈을 써야 하므로, 자신들의 결정을 평가해 효과적이지 못한 해결책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된다.
모든 규칙은 물론 모든 금융 거래 하나하나까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DAO는 완전히 투명하다.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자금의 사용방법을 결정하는 데 일조하며,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왜 모든 조직들이 DAO로 바뀌지 않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해서 이 조직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공평할 수 있을까?

오른쪽부터 중앙집권적 구조, 탈중앙화된 구조 (이미지 출처: askcody)
DAO는 정말 합리적일까? 앞으론 영향력이 계급이 될 수 있어
많은 전문가들은 DAO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대중에게 중요한 재정상의 결정을 맡긴다는 것은 좋지 못한 생각으로서 어떠한 이익도 내지 못할 것이라 평가한다. DAO로서 운영되는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밖에서 일하고 금융상품과 지적 재산의 물리적 세계와 소통할 수 있으려면 일종의 법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 어떠한 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이로 인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자는 DAO의 의사결정 과정 속에서 나타날 필연적인 문제에 주목해 보았다. DAO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DAO에서의 의사표현 방법은 제안, 그리고 제안에 대한 투표가 있다. DAO 내부에서 다양한 것들이 제안되는데 이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적이거나 흥미로운 제안이 관심을 받으며 투표율이 높은 반면 정작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기술적 제안은 관심받지 못해 투표율이 저조하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제안들이 더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안을 하고 이에 대해 투표하려면 일정 금액의 돈을 써야 하므로, 앞으로 DAO 참여자들은 제안을 올릴 때 해당 제안이 다른 참여자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 수 있을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제안된 안건들과, 이에 따른 투표가 과연 충분히 합리적이고 공평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DAO에 사람들이 모두 알만한 유명한 인사가 참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그가 발의한 제안과 일반 참여자가 발의한 제안이 과연 동등한 평가대에 서 제안 그 자체로 공평하게 평가될 수 있을까? 과연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곧 계급구조적 조직의 불평등성, 불투명성, 비대칭성을 해결하려고자 제안된 DAO의 본질을 흔들 문제가 된다. 계급구조적 조직에서, 영향력 우위적 조직으로 바뀔 뿐이기 때문이다. DAO의 선구자이자 스팽크체인의 설립자인 Ameen Soleimani는 이전 인터뷰에서 DAO를 ‘미화된 예산 위원회’ 또는 ‘연합된 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그룹 채팅’이라고 비유하기도 하였다.

‘영향력’이라는 계급이 탄생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study.com)
그럼에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DAO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불변할 사실은 바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것이다. DAO의 방향성이 싫든 좋든 DAO가 나오게 된 배경, 그 이유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하는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조직의 구조의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변화시킬 개념이 제안된 이상, 제안되기 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다. 수많은 DAO가 앞으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에 도전을 할 것이고, 그 속에서 대중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례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을 만난다면 DAO는 비로소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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